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첫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. 내가 평생을 살아 온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특별한 상황도 내가 유럽여행 일정을 잡는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.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에서 매번 탈락했었고, 열광적인 응원 후에는 늘 실망만 남았었다. 어차피 이번에도 큰 기대는 없으니 차라리 좋은 계절에 여행을 하는 편이 나아 보였다. 내가 뭘 놓치게 될지는 상상조차 못했었다.
런던의 민박집에 있던 한국인들과 핌리코 역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축구 경기를 보면서 점심을 먹었다. 왠지 레스토랑에 손님은 우리들 뿐이었다. 한국의 깔끔한 2:0 승리. 런던 시내에는 한국인 교민들이 몰려나와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댔다. 나름 이미 축제 분위기였지만, 한국인들에게 그해 여름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