친구는 일단 호텔에 부탁해서 근무시간을 다음날로 미루고나서 나를 데리고 시내로 출발했다. 짐 없이 가벼워진 몸으로 뛰다시피 걸어서 도착한 시내에서, 이 여행의 중후반에 원없이 먹게될, 인생 첫 케밥을 사먹고,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다. 작은 도시이기는 해도 가는곳마다 아는 사람을 만나는 친구가 경이로웠다. 셰익스피어 생가에 가보고, 강가의 한 테라스 바에서 인생 첫 기네스 생맥주를 마실때쯤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. 이곳에서 본 강물의 색깔과 그 위에 떠있는 하얀 백조의 모습은 실재하는 것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. 파랗던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, 미리 예약해둔 타이 레스토랑에 가서 푸짐한 저녁을 먹고 레드와인 한 병을 나눠 마셨다. 믿어지지 않는 곳에서 오랜 친구와 함께 보낸 비현실적인 하루였다.

이미 취한 우리는 어느 파티에 들렀다가 택시를 타고 그의 호텔 기숙사 방으로 돌아갔다. 비싸도 택시를 타기로 한 결정에 행복해하며 웃어댔다. 친구는 나에게 전기장판과 침대를 모두 양보하고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다. 다음날 아침 내가 깔고 잤을 뿐인 전기장판은 고장이 나 있었고, 그 뒤로 다시는 작동하지 않았다 한다. 언젠가 한국에서 다시 만났을때, 그는 그곳에서 인턴쉽이 끝날때까지 추운 밤을 보내며 매일 죄없는(?) 나를 원망했다고 했다. 물론 농담이었으리라 믿는다.





